색소폰 연주자 서돈윤 회원(상대 1958년 입학)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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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2-08-14 18:00 조회2,371회 댓글0건본문
[원로회원 ‘잠깐’ 인터뷰 – 색소폰 연주자 서돈윤 회원]
인터뷰 기자: 시인 김삼환
잊을 수 없는 콘서트 ‘소리여울앙상블’ 멤버로 참여한
성남아트센터 협연 무대
편집자는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수준급의 악기 연주 활동을 하고 계시는 서돈윤 원로회원을 만나 뵙고 노년의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후배 회원들을 위한 한마디 조언을 듣고 싶었다. 서돈윤 원로 회원께 취지를 설명드리고 ‘잠깐’ 인터뷰를 요청드렸으나,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없다고 겸손해 하시며 한사코 만남을 거절하셨다. 일단 거주지인 분당의 아파트로 찾아가서 직접 뵙고 간단하게나마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편집자)
1.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색소폰, 전자색소폰, 에어로폰 등으로 악기 연주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악기에 관심을 갖고 심취하게 되셨는지요?
퇴직 이후 무엇으로 소일을 할까 생각했지요. 돌아보니 20여 년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동네 색소폰 교습소에서 처음으로 색소폰을 만져 보았습니다. 전공자도 아니고 음악에도 문외한이어서 기초부터 익히기 시작했어요.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고 다시 연습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세 분의 잊을 수 없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선생님은 시향 출신 색소폰연주가인 고 손학례 선생입니다. 두 번째 만난 분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오신 성악가 전봉구 선생님이었지요. 마지막으로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다녀온 실력파 지휘자 신흥균 선생님이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배우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에어로폰과 전자색소폰을 연주하고 작품을 구상하는 자택 연습실 전경
2. 함께 배우는 분들과 많은 교류가 있으셨을 텐데요. 큰 무대에 서 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특히 보람이 컸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명 지휘자 신홍균 선생의 지휘로 열린 두 번의 협연 무대가 기억이 납니다. 첫째는 2015년 9월 6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플루트 오케스트라 아우름의 제11회 정기연주회라는 큰 무대에서 협연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2016년 11월 26일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열린 코리아유스오케스트라 제8회 정기연주회에 4인조 ‘소리여울앙상블’의 멤버로 함께 참여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악기 연주를 하면서 가장 보람이 컸던 일은 양로원이나 노인요양병원을 다니면서 무료 연주 봉사활동을 펼친 일입니다. 함께 연주한 동료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동기생들의 연말 송년회에 참석하여 연주를 하곤 했습니다만, 근년에는 코로나로 행사가 열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2015.9.6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플루트오케스트라 아우름
제11회 정기연주회 협연무대 포스터
2016.11.26.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코리아유스오케스트라 제8회 정기연주회
(지휘 신홍균) 협연무대 포스터
3. 현재까지 즐겁게 연주하는 곡은 몇 곡이나 되시는지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색소폰 연주는 힘이 많이 달려서 못합니다. 대신에 힘이 덜 들어가는 전자색소폰과 에어로폰을 주로 연주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에 저장된 녹음리스트를 보니 전부 합하면 약 300여 곡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은 계절과 어울리는 주제를 골라 사진과 시와 연주 음악을 편집한 동영상을 일주일에 한 번 제작하여 단체카톡방에 올리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늘 연주와 관련된 자료를 포착하고 사진을 찍고 연주와 영상 편집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무료하지 않아 좋습니다.
자택 벽면에 걸려있는 색소폰 연주모습을 그린 초상화
4. 악기 연주에 관심이 많은 젊은 퇴직자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퇴직 이후 시간이 많을 때 취미 삼아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은 배우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림이나 붓글씨 등 정적인 활동도 있을 것이고, 악기 연주 같은 동적 활동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면 좋겠지요. 노년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려면 반드시 하나 이상을 골라 오래 활동할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악기로는 색소폰도 좋지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인 아코디언 같은 악기도 관심을 가져보라 권유합니다.
Aerophone
Digital Saxophone
서돈윤 원로 회원을 뵙고 나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많다.
1940년 생이니 팔순이 훌쩍 넘은 노 선배의 인터뷰를 마치고 와서 생각한 것은 '귀감'이라는 단어였다. 노년의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꾸리는 것, 자신이 다듬고 갈무리하는 생의 가치를 제 위치에 확실하게 놓고 사는 것,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눈에 지루하거나 추하게 보이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항상 낮은 곳에 둘 줄 아는 용기, 가능하면 힘들고 어려운 점은 가볍게 여기거나 털어내고, 기쁘고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쌓아가는 지혜, 더운 날 찾아온 후배에게 지갑을 열어 팥빙수 하나라도 먹고 가게 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다른 분들과는 달랐다. 귀감이라는 단어는 사전을 보면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을 뜻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노 선배들을 보면서 바둑으로 치면 초반 포석을 배운다. 세상을 관조하는 혜안, 시간을 관리하는 지혜, 낮은 곳을 향하는 생의 가치관, 멋진 스토리를 쌓아가는 실리. 넉 점의 포석을 둘 줄 알면 바둑은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들고 불만스러운 점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그것을 넉넉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팔순이 넘은 노 선배의 생활 태도를 보며 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포석을 잘 두었다고 해서 바둑이 끝난 것은 아니다. 속 좁고 옹졸한 내가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은 불평 불만을 줄이는 일이다. 가능하면 입을 닫고 말수를 줄이는 것부터 실천하는 일이다.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배우는 일은 노년의 무료함과 대면하지 않게 하는 지름길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 생의 지향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멋진 스토리를 쌓아가는 일은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덤인지도 모른다. 귀감이라는 말, 멋진 뜻을 갖고 있는 단어다.(김삼환)
<한국외환은행 동우회소식> 지 2022년 7월호 pp.24~26에서 유노상(경제학과 58)이 전재함.
인터뷰 기자 김삼환 선생 소개
1958년 전남 강진 울바우에서 출생했다.
1992년「한국시조」 신인상을 수상하고,
1994년「현대시학」 추천을 받았다.
제15회 한국시조 작품상, 제37회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코이카국제봉사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서부 도시 누쿠스의 카라칼팍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다.
시집으로『적막을 줍는 새』,『풍경인의 무늬여행』,『비등점』,『뿌리는 아직도 흙에 닿지 못하여』,『왜가리 필법』,『묵언의 힘』,『일몰은 사막 끝에서 물음표를 남긴다』, 시사집으로 『따뜻한 손』,『우아한 반칙』
에세이집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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