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년간 성취’가 어떤 것인가? / 류동길 :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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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3-04-26 16:15 조회1,362회 댓글0건본문
문 정부 ‘5년간 성취’가 어떤 것인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모든 정책은 평가와 비판의 대상이다. 정책 시행 당시 반대가 심한 정책이 훗날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최선으로 평가됐던 정책이 잘못된 정책으로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 정책은 선택이다. 그래서 찬반이 있게 마련이다. 정권과 정책에 대한 공과를 따질 때 공(功)이 큰데도 과(過)를 부풀려 공을 깎아내려서는 안 되지만, 과를 덮으려고 공을 부풀려서도 안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이달 29~30일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미리 상영되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했단다. 전임 대통령이 전례 없이 퇴임 1년도 채 안 돼 본인 영화를 찍으면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 ‘평산책방’을 개업하기도 했다. 25일 열린 현판식에서는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잊힌 삶을 살고 싶다”던 퇴임사가 무색할 따름이다.
성취를 자찬하는 건 민망한 일이다. 하물며 성취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도대체 무엇을 성취했다는 것인가?’ ‘파괴할 성취라도 있었다는 것인가?’, ‘자랑할 게 있다면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등의 비판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문 정부의 정책을 보자. 성장의 결과로 소득이 늘어나는 상식을 뒤집고 소득(분배)을 늘려 성장을 이루겠다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은 마차가 말을 끌고 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정책이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백만 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저임금 근로자는 소득이 늘어나기는커녕 일자리를 잃었다. 선의로 포장된 정책의 참담한 결과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앞세우면서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옥죄었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혈세를 퍼부어 알바 일자리를 양산했다. 선수들이 골을 넣지 못한다고 심판이 골을 넣겠다고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탈(脫)원전으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원전 생태계를 허물었다. 탈원전 정책의 진짜 목적이 어디 있는지 아직도 국민은 알지 못한다. 원전은 위험하다고 했다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도 했다. 탈원전을 해도 에너지 가격 인상은 없다고 했지만 가스값과 전기료를 올리지 않아 지금 어떤 사태에 이르렀는가를 보라.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막대한 적자는 탈원전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집값을 잡겠다고 26차례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1948년 건국 후 박근혜 정부까지 70여 년간 660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문 정부 5년간 400조 원 이상 늘어나 1000조 원을 훌쩍 넘는 시대를 열었다. 재정 사정 따지지 않은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다.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쌓아 두면 썩는다"고 했으니 재정건전성이 무엇인지를 알기나 했을까?
문 전 대통령은 어떤 근거로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을까? 대통령 체면 세운다고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허황한 약속을 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로 산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을 편 가르는 정치의 폐해는 어찌할 것인가? 정치의 본분은 국민 통합이거늘 갈등을 조장하고 방치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그런 정치는 멈춰야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조차 밑도는 건 국제 경제 환경이나 코로나 탓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됐든 그 어려움을 푸는 건 집권자의 몫이다. 지난 정권에 탓을 돌린다고 해서 책임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전 정권 담당자들이 현 정권을 평가하는 데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가져야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움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진짜 부끄러움이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정부가 전 정부의 성취를 허물고 있다고 나무라기에 앞서 자신의 성취가 어떤 것인가를 스스로 밝히는 게 도리다. 많은 국민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사연칼럼. 2023-04-26> 에서 전재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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