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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창용(38회) "산업은행 민영화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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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7-11-12 10:12 조회 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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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민간 금융시장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구로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이 커지면서 산업은행과의 업무 영역 중복으로 시장 마찰이 커지고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이 본격화되자 정책금융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민영화가 정답이라 말하기도 곤란하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 당장 중소기업과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금융 지원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앞으로 남북 경제교류가 확대될 것을 고려하면 개발은행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에 대한 정부 정책은 어정쩡하기만 하다. 민영화는 피하면서 시장 마찰을 줄이자니 업무에 여러 제약을 두기 시작했다. 스스로 시장 점유율이 커지지 않게 자제하라는 지시다. 산업은행에도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력을 다해 해외 기관과 경쟁해도 모자랄 판에 가진 실력조차 쓰지 말라니 장래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임금 수준을 금융기관이 아닌 비금융공기업을 잣대로 비교하면서 신이 내린 직장이라 몰아대니 마음 편하게 일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정책 금융-투자은행으로 분리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업은행을 순수 정책금융기관과 투자은행으로 분리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북한 개발과 같은 정책금융은 정책금융기관에 맡기고 기타 업무는 대우증권과 합쳐 투자은행으로 육성하자는 뜻이다. 이 제안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토종 투자은행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본시장 발전과 첨단산업 지원을 위해 투자은행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은 대부분 상업은행으로 애써 위험을 감당하면서 투자은행 역할을 하기에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증권사 역시 자본과 경험 부족으로 투자은행이 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산업은행이 우연히 소유하게 된 대우증권을 분리해 매각하기보다 두 기관을 합쳐 민영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와 동시에 부실 징후가 있는 상호저축은행 몇 개를 인수시키면 골칫거리인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과 함께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을 출범시킬 수 있다. 이들 세 기관이 합쳐지면 더는 정부 보증채를 발행하지 못하더라도 예금 유치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해지고 투자 및 국제금융 업무, 증권 업무가 모두 한 지붕 밑에서 가능해진다.

둘째, 민영화 추진과 함께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산업은행의 자본금은 18조 원이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예를 볼 때 민영화된다면 산업은행의 주가는 이보다 몇 배 높아져 상당 규모의 매각대금이 환수될 것이다. 이 중 일부를 정책금융 재원으로 활용하면 복지지출 증가로 인해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 재정투융자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셋째, 산업은행 민영화는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간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을 집행할 때 대상 기업의 선정에서 사후 감독, 부실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 커질 수밖에 없고 유사시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웠다. ‘어려울 때 정부가 우산을 뺏는다’는 정치적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정부 위한 시금석

앞으로 정책금융기관을 분리하면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은 정책 목표와 지원 대상 기업의 자격을 설정하지만 사업 집행만큼은 민간 금융기관에 위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수의 전문가만 가지고 정책금융을 집행할 수 있고 기업 또한 정부 지원 여부를 알 수 없게 되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정책금융이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집행되므로 시장 마찰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참여정부 들어 작은 정부보다 일하는 정부가 중요하다는 기치 아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대부분 백지화됐다. 그러나 일 잘하는 정부라고 공기업 수가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 유능한 정부라면 민간과 협조를 통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작지만 일 잘하는 정부를 추구하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동아일보 / 이창용(38회,경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